범죄예방디자인 주의사항
범죄예방디자인은 만병통치약?
범죄예방디자인은 범죄자에게는 범죄의 실행을 어렵게 만들고 주민들에게는 거주 환경이 안전하다고 느끼게 하는 것으로, 범죄행위를 유발하는 물리적, 사회적 환경을 변화(또는 개선)시켜 범죄를 유발하는 기회적 요인(opportunity factor)을 제거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범죄예방디자인을 통해서 예방할 수 있는 범죄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우발적이거나 감정적 요인에 의해서 발생하는 폭력과 같은 범죄나 비이성적 판단에 의해서 발생하는 범죄(비동기성 범죄, 묻지마 범죄 등), 주택내부에서 발생하는 성범죄 등에 대해서는 범죄예방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이러한 범죄는 범죄자의 상황적 요인에 대한 판단보다는 개인적 성향에 따라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범죄예방디자인은 환경이 제공하는 기회적 요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대인범죄(강도, 소매치기, 성추행, 유괴 및 납치 등)나 대물범죄(노상절도, 침입절도 등)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범죄예방 효과가 높고, 나아가 대상 환경의 범죄불안감을 전반적으로 저감시키는데 크게 도움이 되는 것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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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는 범죄예방디자인을 통해서 단순 폭력범죄가 감소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따라서 범죄예방디자인이 폭력범죄에 전혀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며 지역의 특성(환경적, 사회적), 그리고 적용된 기법에 따라서 범죄예방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CCTV만 설치하면 범죄는 예방?
국내에서 범죄예방디자인 연구가 활발해지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 일부 지자체에서 방범용 CCTV 설치와 통합관제센터 운영을 해당 지역 범죄예방디자인 사례로 홍보한 바 있다. 과연 CCTV만 설치하면 범죄는 예방되고, 또한 범죄예방디자인이 적용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각종 연구를 종합하면 방범용 CCTV의 범죄예방 효과성에 대해서는 찬성과 반대의견이 갈리고 있는데,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범죄자가 CCTV 위치를 인식하고 범죄행위가 위축됨에 따라서 범죄가 감소하며 범죄자 검거에도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부정적인 측면에서는 CCTV로 인한 사생활 침해와 함께 CCTV의 기능(가시범위, 해상도 등)의 한계로 인해서 촘촘하게 설치되지 못한 지역에서는 범죄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해당 지역에서 발생할 범죄가 인접한 다른 지역에서 발생하여 결국 범죄의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풍선효과’의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한다.
이러한 CCTV에 대한 논란을 불식시키고 범죄예방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비용대비 효과성을 높일 수 있는 효율적인 위치와 대수산정, 주야간 감시를 위한 적절한 기종선택(최소 100만화소 이상 및 적외선 기능, 보조 조명 등), 그리고 24시간 모니터링과 범죄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 또한 CCTV로 주변이 감시되고 있음을 범죄자와 지역 주민 모두가 인식할 수 있는 디자인 적용도 필요하다. 이러한 조건이 갖추어진다면 범죄예방디자인의 감시와 접근통제 원리로 작용하여 범죄예방 효과를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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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범용 CCTV는 고가의 장비이며, 설치에 따른 인권침해 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에 최적 위치선정과 대수산정이 매우 중요하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대상지역에 대한 범죄위험도 평가와 범죄자의 행동패턴 분석결과를 종합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 범죄자료에만 의존해서 위험도 평가가 진행될 경우 암수범죄(Hidden crime)나 누락된 범죄의 분석결과가 반영되지 못하며, 나아가 건물이 신축되거나(새로운 단지가 조성되거나) 지역 환경이 전면적으로 개선되는 경우는 기존자료에 의존한 위험도 평가는 의미가 없기 때문에 CCTV의 효율적인 설치를 위해서는 객관적이면서도 과학적인 범죄위험도 평가방법을 활용해야만 한다.
벽화나 담장도색은 효과가 있을까?
노후 지역을 중심으로 벽화나 담장 도색을 통해서 범죄취약 환경을 개선하는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 과연 전국에 벽화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염리동 소금길 프로젝트가 성공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와 행정기관에서 해당 지역을 답사하기 시작하면서 확산되고 있다.
빈 곳만 있으면 벽화를 그리고, 훼손된 담장을 도색하면 범죄는 예방되는 것일까? 벽화나 도색은 기본적으로 해당 지역의 이미지를 밝게 만들고 주민들에 의해서 관리되고 있음을 인식시키는 영역적 장치가 되어 범죄 불안감은 저감시키고 범죄자의 심리는 조금이나마 위축시키고자 하는 디자인 전략으로 이해될 수 있다. 소금길 프로젝트에서도 전문가의 자문과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노후 환경개선의 일환으로 벽화와 담장 도색이 이루어진 것이며, 프로젝트가 종료된 이후 벗겨지거나 색이 바랜 벽화와 도색된 담장은 정기적으로 보수되고 있다.
환경개선을 위한 벽화
의미 없는 이미지의 적용
지역정체성이 반영되지 않은 벽화
적용할 그림이나 색상은 지역특성이나 정서가 반영되어야 하고 나아가 주민들의 참여로 작업이 진행되어야 한다.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와 절제되지 않은 색상은 오히려 지역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가중시키며, 사후관리가 되지 않을 경우 또 다른 흉물로서 지역의 쇠퇴징후를 알리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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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미화로서 벽화나 담장도색이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범죄예방을 위한 목적이라면 신중을 기해야 하고 지역주민들의 참여와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도구로서 활용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푸른색 가로등은 효과가 있을까?
조명은 야간 범죄예방과 불안감 저감을 위해서 필수적인 요소이다. 보통 어둡거나 조명이 없는 곳에서 사람들은 불안감을 느끼며 범죄자에게는 은신해서 범죄대상을 탐색할 수 있는 환경조건이 형성되기 때문에 조명은 범죄예방 대책의 우선순위로 거론되기도 한다.
골목길이나 이면도로에 설치되는 보안등이 범죄예방에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조명기구의 균제도(일정한 조도)와 연색성(물체의 색이나 형상이 명확하게 보이는 정도)이 좋아야 하며,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밝은 조명을 띄엄띄엄 설치하는 것보다는 약간 어두운 조명을 촘촘하게 설치하는 것이 범죄예방에는 더 효과적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전에는 붉은 색 계열의 가로등이 주로 설치되었지만, 최근에는 범죄예방을 위해서 백색 계열의 고효율 LED 가로등이 설치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푸른색 가로등의 범죄예방 효과성을 제기하고 있다. 일본 나라현에서 붉은 색 계열의 가로등을 푸른색 계열로 교체한 뒤 2002년부터 5년간 범죄율이 40%이상 줄었으며,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시에서도 이와 유사한 연구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일부 연구결과를 토대로 푸른색 계열의 가로등의 범죄예방 효과를 단정하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푸른색 가로등의 설치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주변 가로시설(특히 가로수)와의 적절한 간격을 확보해서 조명시설을 설치하는 것도 중요하다.
실제로 2008년 강남구 일부 아파트단지의 가로등을 푸른색 계열로 교체하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 등의 문제가 나타나기도 하였다. 평소 익숙하지 않은 색상의 불빛이 사물 인식성(연색성)을 떨어뜨리고 오히려 범죄불안감만 가중시켰기 때문이다. 따라서 범죄예방을 위한 조명은 기본적인 원칙에 입각해서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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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면가로 또는 좁은 골목길에서의 야간 안전을 위해서 다수의 조명시설을 설치하고 조도를 높일 경우 자칫 빛 공해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설치 위치나 기능을 고려해서 계획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