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발생 시작의 이해

범죄발생 시작의 이해

어떤 환경에서 범죄는 발생하고, 어떻게 환경을 변화시키면 범죄가 예방되는 것일까? 그리고 환경만 변화시키면 범죄는 예방할 수 있는가? 범죄예방디자인을 효율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범죄가 발생하는 원인과 불안감이 형성되는 과정을 개략적으로나마 알아볼 필요가 있다. 흔히 우리가 범죄피해를 경험했다거나 불안감을 느낀다고 응답하는 장소들을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적인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는데, ‘사람, 시간, 환경’이라는 3가지 틀에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사람보통 인적이 드문 곳에서 범죄가 많이 발생하고, 불안감도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적이 드물다는 것은 범죄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범죄행위가 발각될 가능성이 낮다는 인식의 근거가 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범죄행위의 대상이 적을 것이라는 판단의 근거도 될 수 있다. 따라서 인적이 드문 모든 곳에서 범죄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범죄시 발각될 위험성 보다 범죄로 인해서 얻을 수 있는 가치가 높다는 범죄자의 가치판단이 있을 경우 범죄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판단은 일반인들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인적이 드문 곳에서는 본인이 범죄피해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으며 도와줄 사람도 없음을 인식하고 인식적 차원의 범죄 불안감이 증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이 많아지면 범죄는 발생하지 않을까? 소매치기나 성추행과 같은 범죄는 오히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범죄자는 많은 사람이 모인 장소의 익명성을 이용하여 은밀하게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적이 드문 곳에서의 범죄 불안감이 더 큰 이유는 사람이 많은 곳에서 발생하는 범죄의 피해 수준보다 인적이 드문 상황에서의 피해 수준과 범죄피해 정보전달의 파급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다.




시간시간적으로는 늦은 저녁이나 심야, 새벽 시간대에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사람의 문제와도 관련 있는데, 이러한 시간대에는 외부공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수가 적고 내부공간에서는 취침 등으로 인해서 범죄대응 활동이 축소되므로 범죄자 입장에서는 다른 시간대에 비해서 범죄행위가 자유롭고 발각의 가능성도 적다는 판단을 하는 것이다. 또한 환경적 측면에서 야간은 어둡기 때문에 조명이 있더라도 사람이나 사물에 대한 인식과 판단이 위축되는 것도 범죄자의 상황인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다면 일과 시간대인 오전이나 오후에는 범죄발생이 적은 것일까? 조명시설이 없어도 충분히 밝거나 주변 확인이 가능한 시간대에도 범죄는 발생한다. 이러한 시간대의 범죄는 사람이 없거나 인적이 드문 곳에 발생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빈집 털이(또는 대물범죄)나 골목길에서의 대인범죄 등이다.

실제로 침입범죄나 어린이 등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야간보다 주간에 발생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발생빈도는 많지 않고 침입범죄의 경우 피해액이 소규모이거나 피해자가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도 있어서 일반인들에게는 주간보다 야간에 범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만연되어 있다. 따라서 시간의 차원에서도 범죄발생 기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범죄유형과 범죄로 인한 피해수준 등을 함께 분석할 필요가 있다.




환경환경은 범죄예방디자인의 직접적인 적용대상이 되는 것으로 사람과 시간적 차원이 종합되어 범죄를 억제하거나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보통 낡고 지저분한 건물, 정비되지 않은 골목길, 방치된 공간이나 방범시설물(조명, CCTV 등)이 부족한 공간 등은 범죄에 취약한 환경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조건에서 범죄자들은 본인들의 행위가 일반인들의 주목을 덜 받을 것으로 인식하는데, 이는 환경에 대한 유지관리 상태와 연계된 책임의식과도 관계가 있다. 보통 정돈된 환경은 누군가의 책임하게 관리되고 있음을 알리는 상징이 될 수 있으며 일탈행위와 같은 비정상적인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

반면, 지저분하거나 노후한 환경은 관리와 책임주체가 없거나 주변에 대한 관심이 소극적이라는 단서로 작용된다. 이에 따라서 환경범죄학(Environmental Criminology)이나 일상활동이론(Routine Activity Theory) 등에서는 환경적인 요인들이 범죄와 관련된 기회적 요인을 제공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범죄를 유발하는 환경조건이 구축된 상황에서 잠재적 범죄자와 피해자가 동시간대에 마주하게 될 경우 범죄가 발생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