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의 안전문제
최근 몇 년간 사회적 약자(특히 아동과 여성 등)를 대상으로 한 각종 강력범죄가 빈발함에 따라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러한 범죄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언론보도를 접하면서 과연 우리사회에서 안전한 곳은 어디인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매슬로우의 인간욕구 이론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이 생리적 욕구와 안전에 대한 욕구라는 것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안전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행복한 생활도, 지역 활성화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범죄문제는 비단 개인의 재산이나 신체상 피해 뿐 아니라 심리적인 불안감을 가중시킴에 따라 일상활동과 정상적인 이웃관계를 위축시키고 나아가 삶의 질 저하는 물론 막대한 유무형의 사회경제적 비용손실을 유도하여 지역을 쇠퇴시키는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양한 일상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우리사회를 얼마나 안전하게 느끼고 있을까? 또는 내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은 얼마나 안전한 것인가? 연일 발표되고 있는 국민행복지수와 관련된 통계자료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고용, 주거, 노후 등의 문제로 인해서 스스로를 행복하지 못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혹시 안전과 관련된 문제도 행복지수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닐까?
재해나 재난예방을 위해서 방재도시계획이 수립되고 있으며, 교통안전을 위해서는 보행자 위주의 각종 안전대책들이 도시계획에 반영되고 있다. 또한 노인과 아동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생활 속의 안전은 무장애계획(barrier-free)이나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을 통해서 도시 곳곳에 적용되어 보편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범죄로부터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들은 무엇이 있을까? 방범용 CCTV나 민간 경비시스템, 경찰이나 경비원 순찰 등은 가장 보편화 된 범죄예방 대책으로서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과연 보안시설이나 순찰을 강화시키면 범죄는 예방되는 것일까? 과거에 비해서 방범시설의 성능은 향상되었고 설치대수도 증가하고 있으며, 순찰하는 경비인력도 많아지고 있지만 왜 범죄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범죄나 그로 인한 불안감은 지속되는 것일까?
전통적인 범죄예방 대책만으로는 다양한 환경에서 전 방위적으로 발생하는 범죄문제에 대응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음은 각종 통계나 연구 자료를 통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결국 다른 분야의 안전대책과 같이 환경 개선이나 디자인을 통해서는 범죄예방이 어려운 것인가? 이러한 관점에서 환경개선을 통한 범죄예방디자인(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CPTED)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며, 점차로 적용범위가 확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