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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뉴스] '후미진' 지하철 공간…

관리자 2016.08.02 14:59 조회 : 539

기사제목 : '후미진' 지하철 공간…"범죄 예방이 중요" 

기사출처 : 포커스뉴스  2016.05.31ㅣ장지훈 기자 jangpro@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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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거리에서도, 엘리베이터에서도, 화장실에서도, 지하철에서도 일상을 살아낼 것입니다."  

지난 20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유플렉스 앞에서 진행된 '여성폭력 중단을 위한 필리버스터' 현장의 한 참가자가 나직이 발언하자 자리를 메운 시민들은 조용히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이 땅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피맺힌 성토는 이후로도 한참이나 이어졌다.  

지난 17일 강남 번화가 한복판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이 일어난 뒤 우리 사회의 안전 사각지대에 대한 지적이 이어진다. 범행 장소였던 공중화장실뿐만 아니라 공원, 주차장, 지하보도 등 범죄에 무방비 상태에 놓인 곳곳이 비춰진다.  

지하철 역사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서울역·종로3가역·광화문역 등 한참을 걸어야 하는 지하철역의 환승 통로와 출입구 등은 비상 상황 발생 시 피해자가 도움을 요청하거나 위기를 알릴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서울역 7·8번 출구와 광화문역 출입계단


◆ 주요 지하철 출입구 CCTV 없는 곳 태반…"한참 걸어야 하는데"  

30일 밤 9시쯤 지하철에서 내린 직장인 서모(31·여)씨가 발걸음을 재촉한다. 서울역 근처 오피스텔에 사는 그녀는 매일 밤 이곳 서울역 7번 출구를 거쳐야 한다. 야근이라도 하는 날이면 서씨는 마음을 졸인 채로 뛰듯이 이 길을 지난다고 했다.  

"일단 CCTV가 없으니까, 주변에 사람도 없고…술에 취해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이라도 있는 날에는 멀리 돌아서 가는 경우도 허다해요."  

서씨는 '강남 여성 살해사건' 이후 불안감이 더 커졌다고 했다. 지하보도나 지하철 출입구 등을 지날때면 천정에 CCTV가 달려있는지부터 확인하게 됐다며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노숙인들이 다 나쁜 사람은 아니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무서운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며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사람도 없는데 변이라도 당하면 어쩌나 겁이난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서울시는 서울역 노숙인들을 강제 퇴거 조치했지만 5년이 지난 지금, 이곳에서 숙식하는 노숙인들은 여전히 시민들을 불안케 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인근 파출소의 한 경찰은 "유동인구가 많아 구걸이 쉽고 무료 급식소도 근처에서 운영하고 있어 노숙인들이 서울역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업무 시설 밀집지역인 광화문 근처에 있는 광화문역 역시 범죄 예방에 허점을 보였다. 특히 광화문역은 퇴근 시간이 지나면 유동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오피스타운'이기 때문이다.  

오후 10시가 될 무렵 광화문역 출입구 계단에는 흔한 CCTV 하나 설치돼 있지 않아 조용하다 못해 스산한 느낌마저 주고 있었다.    

광화문 근처 모 통신기업을 다닌다는 김모(26·여)씨는 "특히 주말이 되면 더 사람이 없어 불안하다"며 "내가 잘못한 것이 없어도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세상이라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SOS비상전화, 지하철안전지킴이

◆ '지하철안전지킴이', 'SOS비상전화'…"그게 뭐죠?"  

이같은 시민들의 우려에 서울시도 대책마련에 나섰다.  

2014년에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지하철안전지킴이'를 출시해 지하철 범죄 신고를 접수받고 있으며 지하철 역사마다 'SOS비상전화'를 설치해 긴급 상황에 대처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대책들이 시민들에 제대로 홍보되지 않아 이용률이 저조하다는 점이다.  

서울메트로 관계자에 따르면 '지하철안전지킴이' 어플리케이션의 다운로드 건수(2016년 4월30일 기준)는 4만8627건에 불과했으며 1일 평균 신고접수 건수는 22.9건 정도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마저도' 냉·난방 요청', '잡상인 퇴치', '안내방송 요구' 등 단순 민원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범죄예방대책으로 내세우기에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사 내 안전사고 예방 시설의 하나로 2006년부터 설치되기 시작한 'SOS비상전화' 역시 홍보 부족 등의 이유로 '위기 상황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이라는 애초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비상 버튼만 누르면 역무원과 연결돼 범죄 등에 대처할 수 있지만 이 사실을 모르는 시민들이 많아 무용지물인 실정이다.  

종로구에 있는 영어학원에 다닌다는 대학생 홍아현(25·여)씨는 지하철 역사나 전동차에서 범죄 위협을 느낀 적이 있냐는 질문에 "20대 여성치고 지하철에서 성희롱을 당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 "번호를 주지 않으면 손목을 낚아채거나 심지어는 욕을 하기도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 홍씨에 '지하철안전지킴이'나 'SOS비상전화'를 사용할 생각을 해본 적은 없냐고 묻자 그녀는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직장인 박모(26·여)씨도 "그런 대책을 내놨다면 홍보를 통해 시민에게 많이 알려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위급한 순간에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아쉬워했다.  

이에 대해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지하철안전지킴이나 SOS비상전화 등 안전 시스템에 대해 역사 및 전동차 내 광고판이나 휴대용 노선도 등을 통해 지속해서 홍보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서울역 출구와 종로3가역 환승통로


◆ "지하철 범죄 사후 처리보다 예방에 초점 맞춰야"  

범죄학 전문가들은 CCTV를 증설하고 지하철안전지킴이·SOS비상전화 등 이미 나온 대책을 활발하게 운영하는 것이 지하철 범죄를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것은 사전에 범죄를 예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아 지적했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역사 내 CCTV 사각지대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만 설치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문제가 발견되는 대로 현장으로 출동할 수 있는 체계를 함께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하철 범죄는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사후 대처보다는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하며 "영국 등 선진국처럼 지하철 범죄를 전담하는 경찰 조직을 대폭 강화해 범죄의 예방·수사·검거·계도·지도 등을 총괄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성훈 경찰대학 행정학과 교수 역시 "한국 지하철 수사대의 경우 순찰에 집중하는 경찰관이 수십명에 불과하다"며 "수사대의 인력과 권한을 확충하거나 근처 지구대나 파출소 경찰관들의 협조를 통해 순찰 활동을 강화하는 것이 범죄 예방 대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석진 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범죄예방디자인(CPTED) 관점으로 지하철 범죄 예방 대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역사를 설계하는 단계에서 공간을 단순하기 계획해 시야를 방해하는 요소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환승 통로, 승강장 등에 설치된 'SOS비상전화'나 자판기, 광고판 등을 벽면에 매립해 사각지대를 만들지 않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범죄예방디자인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노선별 관리운영주체가 다르더라도 공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준을 개발·활용하는 것"이라며 "실효성이 검증된 사례를 중심으로 기준을 마련해 현장에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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