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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비상벨 달고 안심거울 세우고…'화장실 대책' 여성안전 지킬까...

관리자 2016.08.01 18:35 조회 : 2479

기사제목 : 비상벨 달고 안심거울 세우고…'화장실 대책' 여성안전 지킬까

기사출처 : 연합뉴스  2016.07.28ㅣ공병설기자 kong@yna.co.kr


여성의 신변 안전을 위한 '화장실 대책'이 봇물을 이룬다. 지역마다 호신용 비상벨이나 '안심 거울'을 앞다퉈 설치한다.



지난 13일 충북 제천의 공중화장실 10곳 출입문에 '안심 거울'이 설치됐다.

경찰이 설치한 이 거울은 여성이 화장실에 들어가기 전에 누가 뒤따라오는지 미리 살펴 범죄에 대응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도로공사도 최근 남해고속도로와 남해 1지선 졸음쉼터 여성 화장실 4곳에 비상벨을 시범 설치했다.  

벨을 누르면 경광등과 경고음이 작동하고 도로공사 상황실에 즉시 전달된다.

여성을 노리는 범죄를 막겠다는 대책이 쏟아져 나온다.  

곳곳에 비상벨과 안심 거울이 설치되고 정부와 경찰, 지방자치단체는 여성 보호 방안을 내놓는다.
 
지난 5월 서울 강남역 인근 화장실에서 발생한 여성 살해 사건과 전남 신안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 이후 모습이다.


서울 중구는 동산·장충 공영주차장 남녀 공용화장실을 여성 전용 화장실로 분리 설치하고, 성곽·충현·신당역 공영주차장에는 여성 화장실을 새로 설치한다.  

송파구는 인적이 드물고 외딴 곳의 여성화장실 11곳에만 있던 비상벨을 33곳 공원 전체로 확대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도 20개 국립공원 공중화장실 328곳 중 143곳에 '여성 안심벨' 시스템을 구축했다.  

광주광역시 공중화장실 255곳에는 비상시 스마트폰으로 구조 요청을 할 수 있는 근거리 무선통신 장치 '비컨'이 9월까지 설치된다.  

전용 앱을 설치하면 비컨 설치 지역에서 스마트폰을 흔들거나 전원 버튼을 4회 이상 누르면 보호자와 경찰에 구조 요청이 전송된다.  경기 고양시도 스마트폰을 흔들어 구조 요청을 보내는 앱을 보급 중이다.  

서울대 공대 건설환경공학부 여자화장실, 충남 내포신도시 홍예공원 공중화장실에는 비명을 감지해 작동하는 비상 알림 시스템이 구축됐다.  우범 지역을 중심으로 폐쇄회로(CC)TV 설치도 늘고 있다.  

'셉테드'(CPTED)라 불리는 범죄예방 환경설계다. 안전시설을 설치해 범죄 발생 확률을 낮추려는 것이다.


정부 차원의 종합 대책 발표도 잇따랐다.  정부는 '여성 대상 강력범죄 및 동기 없는 범죄 종합대책'을 통해 검찰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양형기준 형량 범위 안에서 최고형을 구형하고, 구형량보다 낮은 형이 선고될 경우 적극 항소하기로 했다.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소시오패스'로 판정된 피의자를 기소유예 처분할 때도 무조건 선처가 아니라 치료조건을 부과하는 등 맞춤형 대책을 추진한다.  정신질환 및 알코올 중독자에 대한 치료·관리도 강화한다.  

정부는 '도서벽지 근무 안전 종합대책'도 마련해 건물 안전장치를 보완하고 여성 근무자 전원에게 경찰과 바로 연결되는 스마트워치를 보급하기로 했다.  

25년이 넘은 낡은 단독관사를 통합관사로 우선 전환하는 등 통합관사 비율을 44%에서 70% 이상으로 확대하고, 16.7%인 CCTV 설치율도 높일 계획이다.  

정부 잇단 종합대책을 내놓은 데는 여성 대상 강력범죄가 사회적 인내 수준을 넘어섰다는 판단에서다.  

대검찰청 범죄분석 통계로는 흉악범죄(살인·강도·방화·강간) 여성 피해자 비율은 2000년 71.2%에서 2005년 79.9%, 2010년 82.6%, 2015년 84.7%까지 높아졌다.  

아쉽게도 쏟아지는 정부 대책에 대한 반응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여성 범죄에 대한 현실 인식부터 잘못돼 엉뚱한 해법을 내놨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여성을 노린 범죄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어나는데 화장실 같은 특수한 공간의 문제로 치부해 실효성이 의심되는 보여주기식 대책만 남발한다는 것이다.  

강남역 사건만 보더라도 대한민국 최대 번화가라는 점에는 눈 감고, 화장실에만 집착한다고 여성단체는 비판했다.  

사회적 약자인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서 기인하는 범죄 특성은 간과한 채 조현병(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다른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우를 범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방이슬 팀장은 "여성들은 일상생활에서 공공장소, 사적 공간에 상관없이 지속적인 괴롭힘과 폭력에 노출된 채 살아간다"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와 증오, 차별은 언제든 폭력과 범죄로 표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폭력상담소를 비롯한 여성단체들은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사회 인식 전환과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민 수천 명의 서명을 받아 정부에 제출했다.  

현실과 서로의 인식 격차를 인정하고 합리적으로 지혜를 모아 정책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경찰대 장응혁 교수는 "정부 종합대책에도 상당히 많은 내용이 담겼고, 여성계 주장에도 합리적인 얘기가 많다"며 "병마다 쓰는 약이 다르듯 지나치게 포괄적인 대응보다는 사안별로 세심하고 융통성 있는 대책을 세우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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