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경남일보] 도시 디자인이 범죄를 예방한다

관리자 2016.01.16 15:21 조회 : 6205
 

기사제목 : 도시 디자인이 범죄를 예방한다

기사출처 : 경남일보, 2015.8.26ㅣ 글-정희성, 사진-김영훈기자 hoon@gnnews.co.kr

 

                       개선전
                  청소년의 일탈과 비행의 장소로 악명높은 담배골목의 개선 전 모습.

    
개선후
          청소년의 일탈과 비행의 장소로 악명높은 담배골목의 개선 후 모습.


담배연기 사라진 골목길에 추억이 쌓인다


진주경찰서 뒤편 50여m, 진주교육청에서 2분거리의 진주 중심시가지 골목은 청소년들 사이 일명 ‘담배골목’으로 불리고 있었다. 이 곳은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처럼 지역 청소년들의 흡연과 탈선 장소로 이용돼 주변 상인과 주민들에게는 악명이 높았다.

하지만 범죄예방을 위한 환경개선으로 기존의 칙칙하고 어두웠던 분위기에서 벗어나 산뜻한 공간으로 새롭게 탈바꿈했다.

이른바 ‘담배골목’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중심상권에 접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좁은 골목으로 인해 상가들 형성이 안돼 있는 비교적 외진 곳으로 좁은 골목을 차지한 불법 주차 차량들로 이동이 불편해 시민들의 왕래도 적을 뿐더러 이들 차량들이 시야를 가려 청소년들이 담배 피우기 좋은 환경이 유지되고 있었다.

또 최근 금연구역이 늘면서 PC방 등 학생들이 숨어서 담배를 피우던 곳들이 사라지고 있어 이곳으로 학생들이 몰렸다.

이에 진주경찰서와 진주시는 지난 3월 담배골목을 안전골목으로 만들기위해 ‘셉테드(CPTED·범죄예방 환경디자인)’ 개념을 활용해 대대적인 정비에 나섰다.

벽면에는 벽화를 그려 분위기를 바꿨다. 주·정차를 막아 사각지대를 없앴고 방범등과 CCTV도 설치했다.

깔끔해진 골목은 동네 분위기마저 바꿨다. 주변 상인들이 먼저 반기고 아이들이 엄마손을 잡고 사진을 함께 찍는 모습도 자주 목격된다. 경남경찰은 이같이 우범지대를 안전지대로 만드는 셉테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진주 담배골목을 비롯한 17개 시·군의 33곳 거리에 벽화를 그리는 등 환경을 개선했다.

셉테드를 통해 동네를 변화시키고 있지만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다.

셉테드는 범죄예방환경설계로 도시 환경설계를 통해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는 범죄 예방 기법인데 현재 시행되고 있는 셉테드는 단순 벽화 그리기 사업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지역의 한 화가는 “도시재생이라는 명목으로 우리나라 전역에서 경쟁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마을벽화 사업은 방범이나 폭력예방 효과를 보게 된 몇몇 사례를 제외한 대다수가 단순히 미관을 중시하는 전시행정의 하나로 보인다”고 꼬집기도 했다. 범죄를 예방하고 마을 가꾸기라는 이름으로 펼쳐지고 있는 지자체의 셉테드.

하지만 곳곳에서 그림이 지워지거나 색이 바라고 벽면이 손상돼 흉물로 방치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마을 환경개선의 취지를 무색케하는 ‘시각공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벽화만 단순히 그려 놓은 환경개선사업이 실제 범죄 예방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점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에 강석진 경상대 건축학과 교수는 “지속적인 관심과 사후관리가 필요하다. 셉테드를 벽화 그리는 사업으로 여기면 안 된다. 셉테드의 개념을 명확히 확립하고 범죄 예방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도시설계로 셉테드를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심골목길그래픽_수정
도내 안심골목길 조성 사업 현황




인터뷰) 강석진 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단순히 마을 벽화그리기는 셉테드 아니다”

강석진 교수 (2)
강석진 교수.





최근 들어 안전이 중요한 사회문제로 부각됨에 따라서 다양한 관점에서 해결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그 중 범죄를 유발하는 환경적 요인들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거나 최소화시켜 안전한 생활환경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범죄예방디자인(셉테드)이다.

강석진 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셉테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의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강 교수는 “최근 경남을 비롯한 지자체와 경찰에서 셉테드 사업을 도입해 범죄예방디자인 설계를 하고 있는데 지역주민의 참여보다는 마을벽화 사업에 그치고 있다”며 “벽화만 그려 놓는다고 해서 실제로 범죄가 예방되지 않는다. 지역에 맞는 맞춤형 설계를 하는 것이 중요하며 무엇보다도 주민들과 함께 도시 설계를 해 나가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주민이 참여한 가운데 그 지역색에 맞게 지역 정체성을 살려 도시 설계를 해 나가야 된다. 만일 벽화가 그 지역에 맞다면 벽화는 단순화하고 최소화해 사후관리도 효율적으로 이뤄지게 조성해야 된다”며 “벽화면 벽화, CCTV면 CCTV, 가로등 설치면 가로등 설치 등 지역의 현황을 명확하게 진단해 셉테드를 설계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셉테드 구역의 지역주민들이 협의체를 구성해 지속적인 관리가 이루어져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역주민들 스스로 협의체를 구성해 셉테드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착해야 된다”며 “서울 염리동의 경우 지역협의체를 구성해 사후관리를 해 나가고 있으며 ‘소금나루’를 운영해 소금을 팔거나 강의를 통한 수익도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석진 교수는 끝으로 셉테드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도시 설계에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강 교수는 “셉테드는 벽화 그리는 사업이 아니다. 행정적으로 가장 보여주기 쉬운 벽화를 선호하고 있지만 그것은 셉테드가 아니다”며 “셉테드의 목적은 도시 재생이다. 미술이 아니다. 셉테드를 셉테드 답게 이용해 도시 설계를 해 나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댓글쓰기

전체 댓글 (0)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