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헤럴드경제] 범죄예방디자인의 고군분투…우리 동네가 확~바뀌었어요

관리자 2016.07.02 21:35 조회 : 5919

기사제목 : 범죄예방디자인의 고군분투…우리 동네가 확~바뀌었어요

기사출처 : 헤럴드경제 , 2016.06.09ㅣ원호연, 구민정, 유오상 기자 , why37@heraldcorp.com


-셉티드 디자인으로 범죄 심리 억제한 행운동ㆍ면목동

 -CCTV감시보다 주민 관심 유도하는 디자인으로 주목  

-시민들 “이런 시도 바람직…점차 지역 확대 됐으면…”


     강남역 살인사건과 수락산 등산로 살인사건 등 흉악범죄가 연일 발생하면서 ‘내가 살아가는 생활 공간’이 언제든 ‘나를 노리는 범죄 공간’으로 변할 수 있다는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경찰과 지방자치단체들이 동네 골목길을 공포가 아닌 친근함의 장소로 돌려놓기 위해 ‘디자인’의 힘을 빌리기 시작했다.

  서울시 디자인정책과는 열악한 주거 환경으로 인해 범죄 발생이 높은 지역을 선정해 범죄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는 범죄예방디자인(셉티드ㆍCPTED) 사업을 벌이고 있다. 폐쇄회로(CC)TV가 늘어나더라도 인적이 드물고 서로 소통하지 않는 동네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다면 범죄가 줄어들지 않는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2012년 마포구 염리동에서 시작된 범죄예방디자인 사업은 디자인을 통해 주민들이 서로에 대한 관심을 높임으로써 범죄 심리를 억제한다. 관악구 행운동과 중랑구 면목동에 설치된 각종 셉티드 디자인 요소.

2012년 마포구 염리동에서 시작된 범죄예방디자인 사업은 디자인을 통해 주민들이 서로에 대한 관심을 높임으로써 범죄 심리를 억제한다. 관악구 행운동과 중랑구 면목동에 설치된 각종 셉티드 디자인 요소.

20~30대 여성들이 많이 사는 관악구 행운동 원룸촌은 여성을 노리는 범죄가 자주 일어나던 곳이다. 빌라 1층 필로티 공간이 어둡다 보니 이곳에서 몸을 숨기고 여성들을 노리는 치한이나 강도가 많았다.

  그런 행운동이 범죄예방디자인으로 ‘확’ 바뀌었다. 낙성대역 8번 출구를 나와 첫번째 골목으로 꺾어져 들어가면 나오는 남부순환로247가ㆍ나ㆍ다길에는 노란색으로 칠해진 CCTV와 반사경, 펜스가 많이 보인다. 필로티 공간에는 반사띠가 있어 안에 누가 서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전봇대나 가로등에는 ‘SOS’ 문구가 쓰여진 비상벨도 눈에 띈다.


2012년 마포구 염리동에서 시작된 범죄예방디자인 사업은 디자인을 통해 주민들이 서로에 대한 관심을 높임으로써 범죄 심리를 억제한다. 관악구 행운동과 중랑구 면목동에 설치된 각종 셉티드 디자인 요소.
2012년 마포구 염리동에서 시작된 범죄예방디자인 사업은 디자인을 통해 주민들이 서로에 대한 관심을 높임으로써 범죄 심리를 억제한다. 관악구 행운동과 중랑구 면목동에 설치된 각종 셉티드 디자인 요소.

사람이 지키는 대신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는 원룸촌 현관 특성상 주민을 따라 들어가거나 비밀번호를 훔쳐보고 침입해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았다. 뒤가 비쳐 보이는 미러시트가 설치되면서 혹시 누가 자신을 노리고 있지 않나 손쉽게 확인하게 됐다.

 ‘미루카페’는 이곳의 사랑방이자 안전을 책임지는 ‘작전본부’다. 늦은 시간이라도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지나가는 행인의 안전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범죄자들이 쉽게 범죄를 저지르기 어려운 분위기가 된다. 여성들이 애용하는 미용실이나 네일샵에는 ‘안심 담벼락 공유 스토어’라는 팻말도 붙었다. 이곳에서 여성들은 안전이나 범죄 관련 정보들을 서로 공유할 수 있다. 


2012년 마포구 염리동에서 시작된 범죄예방디자인 사업은 디자인을 통해 주민들이 서로에 대한 관심을 높임으로써 범죄 심리를 억제한다. 관악구 행운동과 중랑구 면목동에 설치된 각종 셉티드 디자인 요소.

김은솔(25) 씨는 “골목마다 360도로 촬영되는 CCTV가 있고 노란 담벼락으로 환하게 칠해져 있는 것을 보면 확실히 다른 곳과는 달리 안전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원룸을 세놓고 있는 박선규 (49) 씨는 “디자인 사업이 진행되면서 강도 등 범죄자들이 애초에 이 구역으로 올 생각을 하지 않게 됐다”며 “다른 곳보다 안전하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방을 구하러 오는 여성들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쓰레기를 무단투기하는 경우도 거의 없어졌다.

  면목4ㆍ7동 역시 셉티드 디자인이 적용된 곳 중 하나.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대중교통이 끊긴 뒤에는 인적이 드문 재래시장 통로나 굴다리 밑을 지나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중간중간 막다른 골목길도 많다보니 언제 어디서 범죄자들이 튀어나와 자신을 노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주민들은 불안해했다.

  서울시는 이곳 재래시장에 모니터를 통해 CCTV를 상시로 확인할 수 있는 자율경계 시스템을 갖추고 골목과 골목이 만나는 곳에는 발 높이에서 주요 안전 거점의 위치를 알려주면서 환히 비추는 고보조명을 설치했다. 굴다리 밑에는 범죄자를 만난 주민들이 언제든 몸을 피할 수 있는 전화부스 안전지대도 설치됐다. 자동으로 문이 닫혀 보호되는 것은 물론 경광등과 싸이렌이 작동되고 범죄자의 얼굴이 녹화된다.

  실제 셉티드 디자인이 적용된 지역은 주민들이 느끼는 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줄고 지역에 대한 애착심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형사정책연구원의 설문조사에서 행운동 주민들은 “밤에 집 근처를 혼자 돌아다니는 것이 두렵다”는 대답의 비율이 17.7% 줄어들었다. 여성의 성폭력 범죄 두려움 역시 행운동은 7.7%, 면목동은 2.4% 감소했다.  경찰은 이달부터 스마트국민제보앱을 통해 치안 불안요소에 대한 제보를 받는다. 범죄예방팀(CPO)이 해당 제보 내용을 실사를 통해 확인하고 개선점을 모아 앞으로 진행될 셉티드 디자인 사업에 반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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