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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소리] 조선소마을에 디자인으로 ‘안전’을 입히다

관리자 2019.01.21 17:08 조회 : 1522

기사제목 : 조선소마을에 디자인으로 ‘안전’을 입히다

기사출처 : 제주의소리  2018.12.03ㅣ문준영 기자 


[연속기획-제주형 도시재생, 길을 묻다] (21) 부산 깡깡이마을의 범죄예방환경디자인


▲깡깡이마을에서는 공업사와 조선수리소, 부품업체들이 들어서 있는 건물 벽면에 그림과 색채가 덧입혀진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 제주의소리

부산 깡깡이마을은 자갈치시장 건너편, 영도대교, 남항대교와 맞닿은 영도구 남항동에 자리 잡고 있다. 대한민국 근대 조선산업의 발상지로 수리조선소에서 배 표면에 녹이 슬어 너덜너덜해진 페인트를 망치로 두드려 벗겨낼 때 ‘깡깡’ 소리가 난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지금도 10여 곳의 수리조선소와 200여 곳의 달하는 공업사와 선박 부품업체가 마을 곳곳을 차지하고 있다. 노령화로 인한 폐가 증가와 조선경기 불황으로 침체 위기에 놓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문화예술 마을로 거듭나면서 새로운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이 마을에는 수리를 위해 며칠 혹은 몇 주 간 머무는 외국선박들이 많다. 이는 마을주민들의 불안요소가 됐다. 선원들은 배가 수리를 받을 동안 저녁이 되면 술을 마시고 마을을 배회했다. 여름에는 웃통을 벗고 술병을 들고 다니는 외국인들도 많았다.


▲ 깡깡이예술마을 박물관에 전시된 과거 남항동의 사진. 수리조선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이 나타나있다.

ⓒ 제주의소리

이들은 휴대전화를 들고 와이파이가 터지는 곳을 찾아 마을을 돌아다녔다. 혹, 어느 집의 무선인터넷이 잡히면 그 집 담벼락에 달라 붙어 앉아 밤 늦도록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렸다. 밤마다 골목길 담벼락에는 낯선 언어가 울려펴졌다. 2700여명의 마을 인구 중 1/4을 차지하는 노인들은 이 광경을 두려워했다.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다복동 안심마을 조성사업’을 진행을 앞둔 부산광역시도시재생지원센터는 2017년 초 주민들과의 교육과 대화 과정에서 이 같은 문제점을 찾아내고 대안 찾기에 나섰다.

설계업체가 아닌 주민들이 CCTV와 안심벨을 설치하고 가로등을 정비할 지점들을 골라냈다. 마을 큰길 근처에 설치된 와이파이 존은 간단하면서도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아이디어였다. 외국인들과 주민들의 냉랭한 기류를 해소하기 위해 국수나눔잔치를 기획했다.

▲ 밤이 되면 골목길 집 앞에 달린 우체통 밑에 불이 들어온다. 작은 조명 하나로 안전감을 주려는 셉테드(CPTED)의 일환이다. ⓒ 제주의소리

▲ 셉테드가 입혀진 깡깡이마을 골목길. 쓰레기 투기금지 안내판에 외국어로 적혀진 문구가 눈에 띈다. ⓒ 제주의소리


▲ 밤이 되면 골목길 집 앞에 달린 우체통 밑에 불이 들어온다. 작은 조명 하나로 안전감을 주려는 셉테드(CPTED)의 일환이다. ⓒ 제주의소리

이 역시 주민들의 아이디어였다. 지속적인 주민 면담과 주민설명회를 통해 지역 주민이 사업에 직접 참여토록 유도하고, 기존 지역공동체가 일정 역할을 분담하도록 했다.

대평동마을회, 영도구, 영도문화원, 플랜비문화예술협동조합이 함께 꾸린 깡깡이예술마을사업단은 공업지역의 낡은 건물 벽면에 색채와 패턴을 입혔다. 골목 곳곳이, 아파트 벽면에 벽화와 화사한 색이 덧입혀졌다. 이들의 시도는 작년 경찰청과 중앙일보가 주최한 제2회 대한민국 범죄예방 대상에서 행정안전부 장관 표창을 받으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깡깡이마을이 도시재생 과정에서 핵심으로 둔 것 개념 중 하나가 ‘셉테드(CPTED)’로 불리는 범죄예방환경디자인(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이다. 좁고 어두운 골목길, 낡고 담장, 방치된 공터 등지의 디자인을 개선해 범행 요인을 심리적·물리적으로 차단하고 지역주민에게 심리적 안전감을 주는 설계를 말한다.

부산시는 2013년 ‘부산형 셉테드’를 조성한다는 취지로 ‘다복동 안심마을 조성사업’을 시작했다. 주거환경 불량지, 범죄취약지에 맞춤형 설계로 범죄율을 낮춘다는 구상이다. 구군별로 범죄예방 환경디자인조례가 제정되는 등 제도정비가 이뤄지고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자리를 잡았다.


▲깡깡이마을에서는 공업사와 조선수리소, 부품업체들이 들어서 있는 건물 벽면에 그려진 벽화를 쉽게 만나볼 수 있다. ⓒ 제주의소리

▲ 근대 최초의 조선소로 불리는 '다나카조선소'가 있던 자리. 지금은 우리조선과 동아조선소가 들어서있다.

ⓒ 제주의소리

2017년 사업 대상지 3곳(영도구 남항동, 해운대구 우1동, 연제구 연산3동) 주민들을 상대로 진행된 만족도 조사에서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대답이 많았는데, 특히 공동체 활성화 프로그램에서는 친밀도 부분에서 63%가 만족, 14.8%가 매우 만족한다고 답했다. 지역사회에 대한 애착심이 증가했냐는 물음에 40.7%가 만족, 25.9%가 매우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행정기관이 일방적으로 대대적인 물리환경 개선을 시도한 게 아니라 공동체 교육과 주민과의 대화에서 나온 실마리를 바탕으로 ‘작은 변화’를 하나씩 일궈간 것이 특징이다.

부산광역시도시재생지원센터 조혜리 재생사업팀장은 “행정에서 퍼주기식 개선사업을 추진한 게 아니라 주민 공동체 교육에서 사업이 시작됐다는 게 핵심”이라며 “주민 스스로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개선해야 할지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존에 형성돼 있는 주민협의체와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매년 사업 계획을 세우기 전 지역 경찰, 주민협의체와 마을 곳곳에 투어에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재생사업팀의 서창우 사원은 “마을에서 수십년 간 살아온 주민들을 만나며 어느 곳이 가장 위험한지, 어느 곳에 개선이 필요한 지 물어보면 애초 생각했던 거랑은 다른 답이 나올 때가 많다”며 “마을을 가장 잘 아는 건 주민들이다. 그들에게 물어보면 답이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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