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국민일보] “여성이 안전한 마을 만들자” 대학생들 골목길 개조 프로젝트...

관리자 2016.07.04 21:28 조회 : 2229

기사제목 : “여성이 안전한 마을 만들자” 대학생들 골목길 개조 프로젝트

기사출처 : 국민일보 , 2016.06.16ㅣ권준협기자 , gaon@kmib.co.kr


[기획] “여성이 안전한 마을 만들자” 대학생들 골목길 개조 프로젝트 기사의 사진동국대 경찰행정학과 학생들이 지난 9일 여성안전마을 사업을 진행할 서울 중구 장충동의 한 골목길을 살피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남산 자락에 어스름이 내려앉자 희미한 가로등이 외딴 골목을 홀로 밝혔다. 층고가 낮은 오래된 주택들이 엉기고 성기면서 만들어낸 좁은 골목, 중구 필동 서애로3길로 수업을 마친 동국대학교 학생들이 빠져나왔다. 밤이 깊어가자 드문드문 이어지던 발길도 뜸해졌고, 가끔씩 여학생이 분주하게 걸음을 옮겼다. 어두컴컴한 골목을 빨리 벗어나려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최근 강남역과 수락산에서 잇따라 여성들이 목숨을 잃었다. 여성 범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여성이 안전한 마을은 가능할까’ ‘늦은 밤에도 마음 편히 골목을 거닐 수 없을까’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학생들은 고민을 모았다. 이들의 고민은 ‘여성이 안전한 마을 만들기 사업’(여성안전마을)으로 이어졌다. 사업을 위해 서울 중구청과 중부경찰서, 동국대가 손을 맞잡았다.

  “저기 보세요. 신고번호가 제멋대로죠? 같은 지역인데도 번호가 다르니 정말 급할 때 어디로 신고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지난 9일 양혜림(22·여)씨가 장충동 주택가에 설치된 112신고번호판을 가리켰다. 이날 양씨와 강민정(22·여) 최현용(27)씨 등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학생들은 여성안전마을 사업이 진행될 장충동과 필동의 골목을 꼼꼼히 살폈다. 축 늘어진 전선과 수도관, 에어컨 실외기 등도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있는 물건들로 지목됐다.

  이들이 학교 주변 골목에 주목한 것은 지난해 산학연계형 ‘현장실습’ 수업을 들으면서였다. 무심코 지나쳤던 골목을 다시 바라보게 됐다고 한다. 수업 과제를 위해 뭉친 이들 학생 6명은 쓰레기가 넘치고 가로등이 꺼진 학교 주변 환경이 여성들에게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공감했다. 셉티드(CPTED·범죄예방디자인)를 통해 학교 주변 골목길을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고민했다. 학생들은 수업 과제를 바탕으로 ‘서울시 주민참여예산 사업’에 공모했다. 심사를 거쳐 지난해 12월 서울시에서 주민참여예산 사업비 2억3000만원 지원이 확정됐다. 중구는 이달부터 주민의견을 받아 여성안전마을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학생들은 사업 지역인 장충동과 필동도 스스로 결정했다. 강씨는 “반지하방에 살고 있는데 샤워하는 모습을 낯선 남성이 훔쳐봐 경찰에 신고한 적 있다”며 난처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실제로 이 지역은 여성 혼자 사는 가구가 많아 여성 범죄에 대한 위험이 높다. 서울 중부경찰서 관계자는 “대학가인 장충동과 필동은 혼자 자취하는 여학생들이 많아 여성 범죄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사업이 끝나는 오는 11월이면 동국대 주변 장충동·필동 골목이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센서라이트와 창문가리개가 설치되고 LED 보안등이 교체된다. 골목길 갤러리가 만들어져 안전한 골목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반사거울, 호출벨, 틈새안전장치, 양심거울, 택배서비스거점 구축 등 다양한 셉티드 기법이 논의되고 있다.

  최씨는 ‘깨진 유리창 법칙’을 언급하면서 “쓰레기가 버려진 길가를 보면서 환경이 깨끗해야 범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깨진 유리창 법칙은 주변 환경의 사소한 문제가 범죄율을 높인다는 법칙이다. 이들을 지도한 이창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15일 “여성안전마을 사업으로 동네 분위기가 바뀌면 여성들의 심리적인 불안감이 줄어들고 범죄예방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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